거짓말탐지기는 무조건 신뢰할 수 있을까?


오늘은 이쪽 분야에 관심있다면 흥미 있어할 만한 내용에 대해 조금 다뤄보려 합니다.

"범죄 수사" 와 관련해서는 기사로도 예전부터 자주 볼 수 있었던 "거짓말탐지기".

물적증거가 부족해 피의자 혹은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인지 밝히고자 할때 항상 등장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죠. 

얼마전에 있었던 "상주 농약사이다"사건에서도 최초에 피의자가 검사를 거부 했다 는 등의 내용이 나오면서 더욱 의심을 사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탐지기는 폴리그래프(Polygraph) 라는 기법이라 여러가지 거짓말탐지 방법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국내에선 거짓말탐지기 = 폴리그래프" 로 인식하고 있으니 단어는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국내 수사기관에서 거짓말 탐지 용도로 사용중인 기법은 무엇이 있느냐 하면 가장 유명한 폴리그래프, 그 다음 검찰에서 활용중인 행동분석이 있겠습니다. (거짓말 탐지와 진실탐지는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말이니 이부분에 대해선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거짓말탐지에는 뇌파 검사라던가 음성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는 무조건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게 되죠.

국내에서 기사들을 보다보면 난해한 사건일 수록 "이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라는 등의 주장을 종종 목격하게 되니 잘 못 생각하면 "무조건 거짓말 하는걸 잡아 낼 수 있는 방법이다"로 오해할 수도 있고 말이죠.

제법 가까이에서 이 기법을 사용하는 분도 만나 봤고 직접 조금이나마 공부해본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보자면 "측정 자체는 과학적이라 설득력 있지만 실행 방법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든다" 라는 판단입니다.

특히나 "특정 기술,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역시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능력"일 텐데 이부분은 과연 잘 충족 시키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본 후 신뢰도에 물음을 던지는게 맞지 않나 싶은 거죠.


거짓말탐지기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60978&cid=42149&categoryId=42149) 경찰학사전 에서도 거짓말 탐지기 = 폴리그래프 시스템 으로 설명하는 모습..


폴리그래프는 몸에 여러가지 장비를 부착하고 피검사자가 진문에 답변할떄 나타나게 되는 혈압, 맥박, 피부 저항, 호흡 등의 변화를 가지고 거짓인지 거짓이 아닌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라 정리할 수 있겠네요.

내용만 살펴보면 "상당히 과학적"인 방법임에도 불구 하고 국내에서는 재판과정에 "직접적인 증거"로써 단독 채택 되는경우가 지금까지 한차례도 없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농약사이다 사건 관련 기사 (출처: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275330)


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일반인이 보았을때 "거짓말 탐지율이 95%라는데 왜 탐지 불능이라 나오고 증거로 채택되지 않느냐?"하는 의문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이 기법이 증거로써 채택되지 않는 이유야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판사님이 가장 잘 아시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 결과가 거짓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이란 뜻은 아니다

2.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문 자체가 피조사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오셀로의 오류

때문이지 않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먼저 1번의 경우 자세히 이야기 하면 내용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데 간단하게만 말해보자면 "거짓말의 반대는 진실이 아니다"라는 점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거짓이 아니면 진실이라 이해하기 쉬운데 사실 거짓과 진실은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예를들어 "나는 이 파란차를 훔치지 않았어요 - 검사결과: 거짓 반응 없음" -> "실제로는 빨간차를 훔침" 일 수도 있으니 거짓이 아니라 나왔다고 해도 그 사람이 차를 훔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되다고 판단할 순 없는거죠) - 이부분은 꽤나 복잡해서 나중에 정리후 별도의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번의 경우 질문 자체에 의해 피조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폴리그래프의 경우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암시를 받을 수 있고 그 결과"사건 자체가 아닌 질문에 대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폴리그래프를 검사하는 방식은 아직도 연구가 되고 발전되는 상황이라 그 속에는 여러가지 질문 방법들이 있습니다. 

조사를 함에 있어 "질문"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인데 이 질문이 잘못되면 그날 이야기한 진술 그 자체가 법정에서 거부 당할 수 있는 것이죠. 요즘엔 그래서 조사할때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조사관들에게 교육하고 있다고 하는데 폴리그래프의 경우엔 "반응"을 봐야 함으로 조금은 직접적이고 때로는 피조사자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사 결과 진술이 거짓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검사과정을 검토했을떄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증거로써 채택할 수 없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3번의 경우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처럼 "실제 사건이 밝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 직면해 있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구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법정에선 피고인이 "거짓말 탐지기 할때 그 방의 환경과 딱딱한 조사관의 말이 두려워 검사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해버리면 검사 결과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런 오염요소들을 제거하는 방법이 검사 중에 있긴 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폴리그래프 검사라는게 정확도는 높아 보이지만 신뢰성에 대한 판단은 정확히 내리기 애매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증거로 제시된 것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그 능력을 다 하지 못하는 법정 상황에서 이런 요소들이 다소 많아보이는 폴리그래프는 당연히 단독으로 직접증거로써 채택하기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여튼 논문도 아니고 흥미 위주로 작성해보려 한 포스팅 생활이 쓰면 쓸수록 언급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져 정신산만해 지는 것 같아 아쉽네요. ;;

오늘 포스팅의 결론을 한줄로 내려보자면 "폴리그래프 자체는 문제 없어보이지만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장에 계신 실무자분들께서 잘 하시겠지만.. 아무래도 실제 사용하시는 분들의 경우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여유가 없어 추가적인 연구가 어려울 수 있으니 관련학계와 함께 꾸준히 연구/발전 시켜나가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싶네요. 

(거짓말 탐지 분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논문 쓸꺼리는 널리고 널렸으니 관련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은 좀만 눈을 돌려보세요! 주제 못정해서 해메는 분들을 워낙 많이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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