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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회상에 대해 :: 신정도 연쇄살인 사건 생존자의 증언

부제 - 진술분석으로 본 피해자 진술


오셀로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존재하던 키워드가 있었죠.

"신정동", "그것이알고싶다", "엽기토끼" 등...

바로 토요일에 방영되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키워드 들이었습니다.

사건 자체가 매우 특이한데다가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에서 동일 범죄자에 의해 피해를 입을 뻔 하다가 탈출에 성공했던 피해자의 증언까지 새롭게 얻어내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게 된 사건입니다.

아직 완벽하게 "세 사건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다." "아직 범인은 해당 지역에 산다" 등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부족한 편이지만 그래도 용기를 낸 피해자의 진술 덕분에 사건 해결에 희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여러 커뮤니티와 트위터, 기사의 댓글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말이 있어서 오늘 포스팅을 급작 스럽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이슈화가 된 사건이라 좀 더 천천히 다루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된 것 일부분만이라도 다뤄봅니다.)


제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피해여성이 최초 경찰에 신고했을때는 전혀 기억을 못하다가 10년이나 지난 마당에 너무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의심스럽다"라는 취지의 의견이었죠.

댓글 대부분은 "범인의 행위를 비난" 하는데 초점이 맞춰 있는데 반에 이 부분은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데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동조하고 있어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 스러웠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최초로 생존자의 증언을 확보하긴 했는데 혹시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역으로 화면을 구성했고 그로 인해 "직접 들은 내용"은 아니지만 왜곡은 적다고 생각하며 방송에 나온 진술을 토대로 이전에 말했던 "진술 분석"을 해보고자 합니다.

진술분석은 "진실"을 탐지하는 기법이니 만큼 피해자의 진술에서 "진술의 준거"를 찾을 수 있으면 이제 저런 논란도 없어 질 수 있겠죠?

그 전에 먼저 피해자의 진술이 갑자기 풍부해진 이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기억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정보의 양이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단,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건, 특이한 사건 일 경우에는 "시간이 꽤 오래 지나더라도 대부분의 중요 정보들은 유지 된다" 라는 것이 수사 분야에서 "기억"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그래서 큰 사건을 겪은 "피해자 또는 목격자"의 진술이 생각보다 정확할 수 있기에 수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여기서 암시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정보가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길어지니..)


사건 당일 피해자가 겪었을 심리적 충격을 생각하면 "기억의 억압"으로 인해 정말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기억할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겠죠. 

물론 억압된 기억의 회상과 관련해서는 "믿을 수 없다  vs 믿을 수 있다"로 아직까지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실제 겪은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종종 보고 될 정도로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건 직후 조사에서 "엽기토끼"를 제외하고 다른 정보를 획득 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억압된 기억과 관련해 "믿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경우 "회상"시점에서 연구자 혹은 조사자의 정보에 의해 "없었던 내용도 진술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 때문도 한 몫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용기를 낸점, PD가 단지 "10년 전 사건"이라는 큐 만 줬음에도 "스스로"해당 사건에 대해 무작위 순으로 정보들을 떠올리기 시작 했다는 점"에서 진술 자체의 왜곡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부분은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그 과정을 지켜본 것도 아니라서 "확실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보이는 부분만 두고" 판단했을댄 거의 확실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진술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방송에 나온 진술을 순서대로 옮겨 적은 내용입니다.


[피해자의 진술]


(진술이 떠오르기 시작한 이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는 내가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그때부터 저는 계속 힘든 거에요. 이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실은 기억을 다 잊은 줄 알았거든요.

근데 통화하고 나서 가만히 있는데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사실은


(납치 중)

어떤 사람이 저한테 말을 걸어요

잠깐 와보래요. 그래서 제가 안 갔어요 (상호작용)

안 갔는데 갑자기 손을 확 낚아채더라고요 (행동묘사)

그때부터 따라간 것 같아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막 고함지르니까 “왜그러냐고 말하니까” (대화의 인용)

(그 남자가) 아 여자친구인데 술을 먹었는데 말을 안듣는다고

“아이고 여자애가 젊은 애가 술을 많이먹었네” 이런식의 뉘앙스로 말을 하고 (대화의 인용)

그 면도칼은 아니고 뭐죠, 그거? 어 커터칼. 그게 딱 보이는 거에요 (기억부족의 시인, 자발적인 수정)


(범인의 집)

문이 열려있더라고요

그 왜 문 열면 열쇠로 여는 소리가 들리는데 

TV가 켜져있었고 라디오 같은 것도 켜져 있었고 TV 소리를 크게 키우시더라고요 (불필요한 세부묘사)

다시 저보고 조용히 하라고 계속 목만 치더라고요 계속 여기를 주먹으로 치는데 너무 아파서 나중에는 말도 안 나오고 얼얼하고 여기가…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 뒤를 너무 세게 잡으니까 여기 힘이 없어요, 나중에는 (구체적인 세부묘사)


바지를 자기가 막 벗으려고 하는거에요 근데 화장실을 간다고 그러더라고요. (불필요한 세부묘사, 사건동안 예상치 못한 난관)

바지를 벗으려다가 (제가) 앉아 있다가 살짝 눈을 떴어요. 

눈 뜨지 말라 그랬는데 살짝 눈을 떴어요. 떴는데 문이 열려 있었어요 이 대문이

그떄는 딱 하나였어요. ‘내가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죽는거다’ 약간 그런생각?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설명)


빵에 붙어있던 거 빵 먹으면 주는 스티커 같은거 있잖아요 예전에 그런거였거든요. (이례적인 세부묘사)

제가 딱 숨었는데 갑자기 막 욕하면서 나오더라고요. 자기네끼리. 네 두명이.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거에요. 한 사람이 나오고 한 사람이 나왔기에 가만있다가 이렇게 한 사람이 나가고 한 사람은 다시 들어갔어요. 들어갔는데, 이 사람이 안들어오는 거에요


그 집에 들어갔을 때 무슨 말소리가 들려서 처음에 TV소리인 줄 알았는데 TV소리가 아니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례적인 세부묘사)

“왔어?” 하더니 살짝 봤는데 건너편에서 있잖아요 톱 같은거. 그걸 갖고 있더라고요. 톱인지 뭔지 모르겠어요 긴 건데, 칼인데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기억부족의시인)

제가 그때 막 기절해야 될까 별 생각 다 했었거든요. 죽은 척 할까 막 그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주관적 심리상태를 설명)

범인 말고 그 사람은 되게 좀 목소리가 굵직했어요. 굵직했었고 들어가라 그러니까 조용히 가 있었어요, 그냥 (이례적인 세부묘사)


(대피상황)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제가 마지막에 기억나는 거는 무슨 초등학교로 제가 피신한거?

그거 밖에 기억이 안나거든요

그때 남자친구한테 전화하고 남자친구에게 112가 생각이 안 나서 단축번호 눌러서 빨리 신고좀 해달라고 

근데 이게 초등학교에서 그렇게 멀진 않았어요 그 집이

제가 뛰어온 거리를 계산하면 15분 ~ 20분


(추가정보)

생각났어

그 남자가 웃고 있었고 죽여버린다고 그랬거든요 그때 

죽이라고 저를. 

끈이 되게 마낳았어요. 끈 끈들이 진짜 많았어요. 바닥에 끈이 많아가지고 끈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끈은 제가 왜 기억하느냐며 저를 묶으려고 했었거든요 (이례적인 세부묘사)

그때 잠깐 눈을 봤는데 눈썹이… 이거 뭐라고 해야 하지? 약간 문신은 아닌데 문신처럼 해 놓은거 

키가 한 175~176?

신발장이 좀 오래 됐더라고요 좀 칠이 벗겨지고… 진한 갈색이 아니고 흐린 갈색 있잖아요 옛날 거라고 해야 하나? (화분) 작품 같은거 그런거였거든요 그게 (이례적인 세부묘사)


제가 말해준 걸 토대로 해서 범인을 잡으면 다행인데

그 사람은 어떻게든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니까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건 이 정도까지인데 모르겠어요. 잡으면 좋은데


여기까지가 피해자의 진술입니다.

진술분석에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저는 이번에 증거로써 채택이 현재도 되고 있는 기법 중 CBCA준거를 활용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진술에서 명암으로 표시해둔 부분이 해당 준거가 존재하는 진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CBCA와 RM의 측정 방식에 대해 학계에선 연구가 아직 완료 되진 않았지만, "형사사건이라는 특이성"을 고려했을때 해당 준거의 유무를 따져 "진실을 판단"하는 것이 더 설득력있고 정확하다 생각하고 있으면 증거로써 채택된 부분도 그런 부분을 인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에 표시한 준거들 외에도 전반적으로 진술이 "일관되고", "구조화되지 않은 방식으로(떠오르는 데로 대답하기에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진술) 전개 되고 있으며, 묘사가 상당히 풍부하다는 걸 알 수 있죠.

보통 실험 연구에서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세요"라고 지문을 주더라도 이정도로 많은 준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데 

10년이나 지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기억을 회복 했다는 점과 연결 해보면 해당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소의 "오 기억"도 존재해 보이긴 합니다만 이것이 전체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정도의 정보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술에서 밑줄을 그어둔 "거리"부분의 경우 신체적 조건과 심리적 상태를 생각해봤을때 좀 더 적은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할 수 있습니다. (기억 중 특히 "거리와 시간"에 대한 정보는 환경에 따라 생각보다 오류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원래는 진술분석에 대해 포스팅을 한 후 이번 사건을 다뤘으면 이해가 더 빠를 수 있었을 텐데 먼저 사례를 작성하다보니 이해가 전혀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부분은 빠른 시간내에 정리해서 포스팅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결과가 "진실의 준거를 찾을 수 있다"로 나온데다가 기억의 특성과 함께 생각해보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게 보일 수도 있었던 "피해자의 진술"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요?

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힘들 수 있는 피해자가 근거 없는 의심으로 또다른 심리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말을 아꼈으면 좋겠습니다.

말이야 마음데로 내 뱉을 수 있지만 실제로 당하는 사람의 겪을 고통은 일반적인 상황도 아닌 사건에서 상당한 충격일테니 말이죠.


아무튼 많은 커뮤니티에도 이 사건에 대한 정보가 퍼졌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내용이 많이 전해졌을테니 빠른 시간안에 범인을 검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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